"등산"
산을 오름
"야 어디 갈래?"
우리들의 흔한 목적지를 정하는 방법이다
항상 목적지를 정하고 간 적이 없다
미리 정해서 가는 게 아닌
아침에 모여서 어디론가 간다
후...답답하지만
매번 그렇다
오늘 아침도 마찬가지였다
친구와 둘이서 등산을 가게 되었는데
어젠 월아산으로 가기로 정했다
그런데 또 무슨 일인지
차에 올라타서 천왕봉으로 출발하기로 정했다
...으잉?
그럼 왜 전 날에 고민한거냐
하지만
사실 우리는
어디를 가든 상관이 없다!
어디로 가냐보다는
오늘 가냐 안 가냐가 더 중요하다
신나는 마음으로 지리산 중산리로 달려갔다
장범준의 '흔들리는 꽃들 속에서 네 샴푸 향이 느껴진 거야'를 들으며
열심히 달려갔다
우린 중산리에
도착해 차를 주차장에 세운 뒤
지리산의 대장
해발 1915m 천왕봉 형님을 향해 발을 내디뎠다

우리의 깊은 다짐을 하기 위해
사진을 찍고 멋지게
10시 10분
우린 출발했다

안내도를 보니
천왕봉 코스 난이도_매우 어려움이었고
그 시간은 4시간 이상이 걸렸다
하지만 우리가 누구인가!
27살의 건장한 청년이기에
패기와 열정으로 뛰어가자면서
의지를 불태웠다!!!
코스로 들어서자
아주 높게 우거진 나무들을 볼 수 있었다
벌써 신선한 공기가
두 콧구멍으로 스며드는 느낌이었다
친구와 이런저런 이야기도 나누며
아주 여유롭고 생기가 넘치는 마음으로 올라갔다
그랬던 우린...
단 10분 후
조용해지게 된다
사람 조용해지는데
별 거 없더라
그래도 할 만했다
‘이 정도쯤이야’라는 생각을 하며 걸어나갔다
드디어
우린 첫 번째 가파른 구간을 만났다
이 구간을 오르면서
'지금 이걸 왜 하고 있지?'
생각했고
무사히
첫번째 구간을 통과했다
두 번째 위험 구간을 만났을 땐
아버지와 아들이 함께
산을 오르는 광경을 볼 수 있었다
굉장히 부러웠다
'나도 아버지랑 어렸을 때 함께 등산을 했더라면 좋았을 텐데...'
라는 생각을 하며 통과했다
출발한 지 1시간 즈음
하... 세 번째 구간이 왔다
이 구간을 통과할 때는
내가 살기 위한 숨인지...
무엇을 위한 숨쉬기인지
분간하기 어려웠다
그래도 좋았던 점은
정상에 올라갔다가 내려오는 사람들과
인사를 주고 받을 때면
온기를 느낄 수 있었다
네 번째 구간을 지날 때였다
간식을 먹으며
신나는 트로트를 부르고 있던
무리를 만나
나도 함께 즐기면서
에너지를 받으며 올라갔다

오...
이제 눈앞에 천왕봉이 보인다!
근데 다리에 감각은 없다!
출발 후
1시간 20분이 될 무렵

코스의 반 정도인 로터리대피소에 왔다
가자마자 바로 친구랑 라면을 먹으려고 했는데...
그랬는데...!!
없다
술, 담배, 컵라면을 팔지 않는다더라
컵라면 먹을 거라고 아침에
밥도 안 먹고 온 나레기였다...
결국 우린,
챙겨온 천하장사 소시지와 물을 먹은 뒤
다시 정상을 향하여 출발하였다
조금 걷다 보니 가파른 구간이 보였다
그리고 올라가서 뒤를 돌아보니
정말 사진에는 담을 수 없는
그런 멋진 광경을 눈에 담았다
여섯 번째 가파른 구간,
하... 거의 기어 올라왔다
나는 왜 등산에 손이 필요한지 알게 되었고
눈 앞에는 쉬어가라는 푯말이 보였다
그래
쉬고 가자..!
일곱 번째 가파른 구간이다
천왕봉에 가까워졌는지
무척이나 경사가 있었다
이제 내가 무슨 목적으로
여기를 온다고 했는지
까먹었다
조금의 추위를 느끼기 시작했다

여덟 번째, 아홉 번째 구간을 통과했다
누워서 온 것 같다
옆에 있던 손잡이를 잡고 올라오지 않았더라면
분명히 뒤로 넘어져
뭐가 깨져도 깨졌을 거다
10살의 꼬마친구도 정상을 찍고 내려오고 있었고
그 꼬마가 너무나도 멋져 보였고
박수를 쳐주었다
뒤를 돌아봤을 때
꽤 많은 사람들이 올라오고 있었다
뿌듯했다

오... 저기 보인다
나도 곧 저기에
갈 수 있을 거라는 기대를 했다
.
.
.
그리고
드디어 우리는
2시간 50분 만에 정상에 도착했다

너무나도 멋진 광경이다
우리, 그리고 모든 사람들이
이 곳에 오기 위해 도전한다
그리고 이 곳에 오면
성공에 대한 성취감을 느낄 수 있다
우리가 걸어온
2시간 50분...은
이 성취감 느끼기 위함이
아니었을까
나는 오늘 내가 품고 있던
버킷리스트 하나를
내 인생에 새기고 간다

오늘의 이 등산이
인생에 큰 도움이 되었다
4시간이 걸릴 코스를
더욱 더 빠르게 도달하게 한
젊음을 느낄 수 있었고,
혼자서는 빨리 갈 순 있지만
여럿이서 가면 멀리 갈 수 있다는 걸 느꼈으며

목표를 향해 오를 때는
올라갈 때에만 신경 써야 하는 것이 아니라
내려가는 것까지 생각해
힘을 비축해 놓아야 한다는 것을
깨달았다
그렇게 나는
하늘에서 가까운 곳에서
바닥으로 내려왔다
.
.
.
.
.
.
.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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