길었던 연휴가 지나갔다.
연휴 동안 계속 써보고 싶었던 이야기가 있었는데
드디어 시간이 나서 적어본다.
나는 설, 추석, 생일 이렇게 일 년에 세 번 정도 내 휴대폰에 저장되어 있는 사람들에게 안부인사를 한다.
정확히 언제부터 이걸 시작했는지는 모르겠지만 군대를 다녀오고 나서부터는 했으니 적어도 5년 정도는 된 듯하다.
카톡에 추가 되어 있는 약 700명 정도가 되는 사람들에게 클릭을 해가며 안부 인사를 보낸다.
복사 붙여넣기는 되도록 안 하려고 노력하고, 그 사람을 생각하며 정성들여 적으려고 노력한다.
이런 나를 알아주는 친구들은 대단하다고 말해준다. 한 번씩은 이런 말에 내가 연락을 하고 있는지 의심이 된다.
매번 내가 하는 행동은 쉽지가 않다. 한명 한 명 적어가기에 눈이 빠지게 아플 때도 있고 손목이 아플 때도 있다.
단톡에 그냥 툭하고 글을 쓰면 그만인데... 친한 친구들은 미련한 짓이라며 나에게 뭐라 할 때도 있다.
나도 글을 쓰다보면 연락을 돌리는 사람들이 모두 다 친한 사람도 아닌데 이런 미련한 짓 왜 하고 있나 느낄 때가 많았던 것 같다.
문득, 나는 왜 이렇게 미련하고 귀찮은 일을 하고 있는지 생각해보았다.
우연히 길을 가다 아는 사람을 만날 때가 있다.
초등학교 친구였는지, 중학교 친구였는지, 동네 친구였는지 아니면 예전에 수업을 같이 들었던 사람이었는지 정확히 기억나지 않는 그런 사람
다들 그런 기억이 있을지 모르겠지만...
나는 어릴 적 혹은 예전에 알고 지냈던 친구를 길가다 우연히 봤는데
어색함에 그냥 모른척 지나가려고 오지 않은 전화를 받는 척 휴대폰을 괜히 귀에다가 가져다 대며 전화하는 척 지나쳐갔던 기억이 있다.
그때를 뒤돌아 보면 예전에 같이 웃고 떠들며 친하게 지내던 친구였는데 그 짧은 순간에 뭐가 그리 불편했는지 반갑게 인사하지 못할망정 모르 척 지나가려고 애쓰던 내가 부끄럽게 느껴졌다. 그런 행동에서 내가 지금 이런 연락을 돌리고 있는지도 모른다는 생각이 들었다.
일 년에 한 번이라도 연락을 하면 적어도 우연히 만났을 때 모른척하며 피하지 않아도 된다는 생각했다.
분명 함께 즐거운 추억을 보냈기에 내 휴대폰에 저장되어 있는 사람들 일 텐데 그런 사람을 피하고 모른 척한다는 게 싫었다.
그렇게 5년 동안 연락을 하다 보니 이젠 내 연락을 기다려주는 사람들까지 생겼다.
어느 날 나도 새해 인사나 생일 축하 연락을 받은 적이 있었는데 생각지도 못한 사람들에게 연락이 올 때면 되게 고마웠었다.
나는 신경 쓰지 않고 살고 있었는데, 그 사람은 날 신경 쓰고 있었다는 마음이 고맙게 느껴졌다.
이제는 매번 연락 줘서 고맙다고 먼저 연락해주는 고마운 사람들도 생겼다.
그래서 한 명 한명 연락을 돌리려고 한다. 혹시나 새해, 추석, 생일에 아무한테도 연락을 받지 못한 사람이 있다면 내가 느낀 좋은 감정을 전해주고 싶어서.
사람은 추억을 가지고 살아간다고 생각하는데 나는 기억력이 좋지 못해 항상 나를 만난 사람들이 내 추억을 상기시켜줄 때가 많다. 나는 추억 이야기를 할 때면 즐겁다 미래에 대한 걱정보다는 함께했던 과거를 이야기할 때 신난다.
이렇게 연락을 하는 게 좋은 점도 많이 있다.
20살에 알바를 했던 사람들, 초중고등학교 친구들, 군대 선후임들과 연락을 주고받으며
사회에서 일한다고 잠시 잊고 지냈던, 머리 한구석에 있던 추억들을 같이 이야기할 수 있다는 거.
지금은 서울, 경기도, 충청도, 전라도, 강원도, 전라도 어느 지역을 가도 연락을 할 수 있는 친구들이 있다. 그게 아직은 좋다.
나도 내가 언제까지 이렇게 할 수 있을지는 모르겠다. 되도록 꾸준하게 하고 싶은 마음인데 점점 쉽지는 않다는 게 느껴진다. 앞으로는 설과 생일만 챙겨 볼까 하는 생각인데 어떻게 될지, 언제까지 할 수 있을지 나도 궁금하다.
그냥 할 수 있을 때까지는 해보자는 게 지금 생각이다.
내 생각을 글로 적는데 오그라들고 민망하고 근데 또 울컥하고
오늘 되게 이상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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