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일상

황당했던 어버이날 선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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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늘은 정보성 글이 아닌 내 이야기를 써보려고 한다.

이 글을 블로그에 남기는 이유는

어버이날 내가 느꼈던 감정을

두고두고 꺼내어 보기 위해서이다.




최근 5월 8일은 어버이날이었다.

어버이날은 어버이의 은혜에 감사하고, 어른과 노인에게 공경하는 날이다.

5월 7일...

출근하기 전, 이른 아침부터 할머니와 외할머니에게 드릴 카네이션 꽃다발을 준비했다.

그리고 카네이션 꽃다발만 드리기에는 어릴 적과 다른 것이 없다고 생각해서

용돈을 준비해서 할머니와 외할머니께 드렸다.

손주들이 서울로 올라가서 많이 심심하셨을 할머니는

나를 알아보시며 기뻐해주셨고, 항상 뭐 좀 먹으라고 챙겨주셨다.

그리고 뒤에서 신경써주시는 외할머니도 밝은 목소리로 고맙다고 연거푸 이야기를 하셨다.

5월 8일이 밝았다.

저번 주부터 했어야 했던 소나무 전정을 위해 농장을 아버지와 함께갔다.

아버지는 매주 주말이면 소나무를 가꾸기 위해 30년 간 늘 농장에 가서 일을 하신다.

그런 아버지는 나와 함께 농장을 갈 때면 미소를 지으시면서 좋아하신다.

9시부터 6시까지 아버지와 소나무 머리를 깎아주었다. 팔이 저릿저릿해서 잘 올라가지 않을 정도로 힘들었다.

그리고 할아버지 산소에 절을 하고 나서 식사를 위해 할머니집에 갔다.

할머니집에서 맛있는 한우와 장어로 식사를 마치고 여자친구를 만나러가는데 ...

생각해보니 정작 아버지 어머니 선물을 준비하지 못했던 것이다.

그래서 부랴부랴 차 안에서 돈봉투를 꺼내어 안쪽 주머니에 넣고 집 근처 ATM 기에서 용돈을 뽑아 지갑에 넣었다.

여자친구와 시간을 보내고 집으로 돌아왔다. 아버지는 거실에서 티비를 보고 계셨고, 어머니는 잠을 청하고 있었다.

티비를 보시는 아버지께 '나의 등대 아버지 어버이날 축하드립니다.'라는 말을 하며 안쪽 호주머니에 준비한 봉투를 건내드렸다.

아버지는 봉투를 받고 좋아하시며 옆에 있는 소파에다가 봉투를 올려놓으셨다.

어머니는 주무시기 때문에 내일 아침 일찍 드려야겠다고 생각하고 방으로 들어갔다.

5월 9일 아침이 밝았다.

여느 때와 같이 어머니는 아침을 준비하기 위해 일찍 일어나셨다. 나는 요즘 미라클 모닝을 하려고 노력하기 때문에

좀 더 일찍 일어나기 때문에 알 수 있었다. 어머니를 맞이하기 위해 문을 열고 나갔고, 어버이날 축하드린다며 고생많다고 말하며 봉투를 드렸다.

방으로 들어와 못다한 작업을 했다. 그런데 어머니가 조심스레 문을 여시며 '봉투에 아무것도 없는데?'라고 말하셨다.

아차! 하면서 어제 봉투에 용돈을 옮기지 않았던 것이 생각이 났다. 나는 어버이날 선물로 빈봉투를 드린 것이다.

그래서 허겁지겁 지갑을 꺼내 무안하지만 손에다가 직접 드렸다.

근데 참 이상한 일이었다. 저녁에 봉투를 받으신 아버지는 아무말이 없었기 때문이다.

그래서 왜 아부지는 먼저 알았는데 말을 안했냐고 물으니

'요즘 힘들다고 해서 빈봉투를 주는 줄 알았다'고 말씀하셨다.

그 때는 세명 모두 어이가 없어 웃으며 넘어갔는데 지나고 나서 생각해보니 아버지의 말이 되게 감동적이었다.

아버지는 코로나 때문에 내 일이 힘든 것을 알기 때문에 그냥 그러려니 넘어가려고 한 것이었다.

늘 나를 위해서 고생하시는 어버이에게 은혜를 갚을 수 있는 날이 올까라는 생각이 든다.

아마도 평생 받기만 할지도 모른다.

너무 늦지 않게 두 분을 행복하게 할 수 있는 방법들을 생각해내도록 하자.

앞으로 좋은 날이 많이 있게 만들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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